으뜸 기술력에 안전의 가치를 더한 강소기업의 재도약
다중보호 분전반의 최강자로 우뚝 선 기업
외부에서 끌어온 전기를 건물 등 구조물 내에 고루 나누는 분전반이나 누전 및 배선용 차단기 등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전기 설비이다. 그런데 이 필수적이면서도 ‘흔한’ 설비가 에이치제이산전의 손을 거치면 매우 특별한 뭔가로 변신한다. 정전이나 화재, 낙뢰 등이 일어났을 때 전기를 공급받는 기기나 설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일반 분전반과는 안전의 수준을 완전히 차별화한 기술이 적용된 ‘다중보호 분전반’이 대표적이다. 이것만 해도 업계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에이치제이산전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몇 걸음 더 앞서 나갔다. 다중보호 분전반에 비상 전원 공급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정전이 일어나면 비상 전원을 공급해 조명등을 켜는 장치는 이미 상용화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화재는 달랐습니다. 상용 전원이 유지되다 보니 정작 대피에 필요한 비상 조명등은 점등되지 않았죠. 우리는 이 문제를 화재 발생 신호가 울리면분전반이 비상 조명등에 즉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로 해결했습니다. 2019년, 세계 최초의 ‘비상 전원 공급 다중보호 표준 분전반’이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에이치제이산전이 자랑하는 많은 인증과 해외 특허를 안겨 준 주력 제품이자, LH와의 인연을 맺어준 고마운 연결 고리이기도 했습니다.”
국내 주요 대형 민간 건설사들에 분전반을 비롯한 여러 제품을 납품하며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기술 집약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끊임없는 원가절감의 요구에 부딪혔다. 고민 끝에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기업 중심의 공공 분야로 판로를 넓혀야 한다는 데 임직원들의 의견이 모아졌고, 때마침 LH가 추진하는 동반성장 지원사업 가운데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에 응모하게 되었다.
그 결과 ‘비상 전원 공급 다중보호 표준 분전반’의 기술 인 · 검증과 안정화, 고도화 등 지원사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제품의 신뢰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었다. 이 경험이 씨앗이 되어 이듬해 LH의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에 연이어 참여해 또 하나의 새로운 기술을 세상에 선보이는 값진 성과를 얻게 된다.
2전선과 3전선, 기술의 성패를 좌우한 고민
LH와 에이치제이산전이 함께한 두 번째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은 비상 전원 자동 공급 시스템이 내장된 분전반과 비상 조명등의 안정성과 배선 공사 편의성을 향상하고, 이와 함께 경제성도 높이는 개선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화재나 정전이 일어나면 비상 전원을 자동으로 공급하고 비상 조명등을 켜도록 설계된 기존의 다중보호 분전반은 4개의 전선(4선)이 2개의 조명등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를 2선 1전등으로 재설계해 공사와 관리의 편의 및 효율을 모두 높이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개발이 한창이던 중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에 부딪혔다고 홍성희 대표는 당시를 설명했다.
“원가절감, 그리고 접속 부적합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4선 2전등을 2선 1전등으로 개선하는 핵심 기술 개발과 성능화는 성공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비상 조명등 접속 분배기에 PCB 회로를 추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오히려 원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고 만약 사고가 일어나거나 사후 관리가 필요할 때 PCB 회로의 문제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까지 제기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와 연구가 이어졌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LH의 중간 점검 과정에서 이 고민을 털어놨더니 중간 비상 조명등의 접속 분배기를 2선이 아닌 3선 구조로 변경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더군요. 비상 조명등의 층간 배선 안전도를 높일 수 있고, (첨단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 2선 구조이긴 하지만) 원가 절감과 관리 효율 등 현실적인 여건을 따져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낸 것이죠.”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에이치제이산전 임직원들은 LH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는 사이 ‘동반성장’의 가치를 경험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앞서 정체되었던 신기술 개발에 물꼬를 터준 아이디어 제안을 비롯해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연구개발 비용 지원, 그리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후 판로를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 등 지원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동반성장 가치 경험으로 미래 성장 비전 재정립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여러 공공기관과 정부 지원의 혁신, 품질 개선 등의 과제를 다양하게 수행해왔던 에이치제이산전에게도 LH의 동반성장 지원 사업은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실 수요자라 할 수 있는 공기업에게 인정받은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더 넓은 판로를 개척할 가능성을 엿보게 된,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어진 여러 공기업과 기관, 지방자치단체로의 납품 실적과 매출 신장의 성과 역시 ‘LH의 인증을 받은 기술이자 제품’이라는 후광 효과와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 동시에 홍성희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 이러한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의미를 제고하기 위한 바람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현장에서 곧장 적용되는 후속 조치가 더욱 강화되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건설 분야에서 하나의 기술이나 제품이 온전히 평가를 받으려면 3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됩니다. 우선 LH가 주도하는 현장에서 이 기간에 확실히 적용되고 평가받는 분위기가 자리매김한다면 향후 민간 건설사로 확대되어 기업 성장의 효과는 커지고 진정한 동반성장의 의미도 다져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